진보 정부에서 더 커진 소득 불평등… '강남 좌파' 때문?

입력 2018-06-01 17:21  

유승호 기자의 Global insight

상위 1% 공격하는 좌파 정당
실제로는 이들도 상위 10% 대변
불평등 심화시킨다는 주장 나와

복지 확대 등 재분배 정책보다
투자·소비 활성화가 답일 수도



[ 유승호 기자 ]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8.0% 감소한 반면 최상위 20%의 소득은 9.3% 증가했다.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5.95배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악으로 벌어졌다. 원인과 대책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와 관계 장관을 소집해 회의까지 했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 이전 정부에 비해 진보적인 색채를 띠는 정치세력이 집권했는데도 불평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해진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는 지난 3월 발표한 ‘상류층 좌파 대 상인 우파, 확대되는 불평등과 정치 갈등 구조의 변화’라는 논문에서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불평등을 줄이지 못하는 원인을 추적했다. 그는 ‘왜 민주주의는 불평등을 줄이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1948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의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피케티 교수는 좌파 정당들이 갈수록 중하위 계층보다 고소득·고학력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꼽았다. 공화당에 비해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는 소득 하위 10% 유권자층보다 상위 10% 유권자층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피케티 교수는 좌파 정당은 서민층, 우파 정당은 부유층을 대변하던 전통적인 정치 구도가 좌파 정당은 ‘지식인 엘리트’, 우파 정당은 ‘기업인 엘리트’를 대변하는 구도로 바뀌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중하위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좌파 정당마저 ‘가진 자’를 대변하고 있다는 피케티 교수의 주장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많이 거론되는 ‘1% 대 10%’ 담론과 통하는 점이 있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상위 1% 부유층을 공격하면서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도 상위 10%에 속하는 상류층으로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정책을 편다는 것이 이 담론의 요점이다.

따라서 진보가 집권해도 하위 90%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케티 교수는 상위 10%를 대변하는 진보를 ‘상류층 좌파(brahmin left)’라고 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강남 좌파’라고 할 수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피케티 교수는 좌파 정당이 복지 확대 등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내세워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좌파 정책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은 지난 몇 년 사이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등 복지 수준을 상당 폭 끌어올렸다. 지난 1분기에도 최하위 20% 계층의 이전소득, 즉 연금 수당 등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은 증가했다. 그러나 근로소득이 대폭 줄면서 전체 소득이 감소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지만 오히려 취약계층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많다.

한국의 현실에선 차라리 240여 년 전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부자 한 명이 마을에 이사 오면 마을 주민 전체의 소득이 늘어난다고 했다. 부자가 자신이 쓸 물건을 구입하고, 자신의 집에서 일할 사람을 고용하면서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부자의 몫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정책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통찰이다.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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